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 칼릴 지브란
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2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3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창을 듣는다네.
4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5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는,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6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자연과 건축이 빚어내는 감동이 있는곳..
진천 ..이원 아트빌리지에서 찍음..
2007.4 사진/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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