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산문,Photo

마음의 길 -

운솔 2012. 3. 10. 00:42

-마음의 길-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가쁜 모양이다.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뉘는 모양이다.

 

(김재진·시인, 1955-) 사진/전주에서 고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