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길-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가쁜 모양이다.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뉘는 모양이다.
(김재진·시인, 1955-) 사진/전주에서 고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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