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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문,Photo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최갑수

by 운솔 2016. 6. 27.

 

#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최갑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꽃이 피었다

햇빛이 머물던 자리에는 열매가 맺혔다.

그러나 바람 한 줌이 햇빛 한 자락이 지나간 세월이

부질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불평하며 살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이런 꽃 한송이

열매 한 알을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있다.

때가 되면 피고 열린다.

지금 당신 곁에 그리움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만나러 직접 떠나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시간을 자유롭게 흘려보낼 권리가 있는 곳으로…

 

겨울 시린 꽃봉오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길은 길이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이토록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최갑수 시인의 여행에세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