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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일상

★내가 줄수 있는 작은 것들 ..그리고 행복

by 운솔 2004. 5. 3.

    5월 2일 오월이 되어 첫 휴일이다 . 아침에 일어나 야채죽을 끓여서 딸래미와 남편 이렇게 세식구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는 장롱 한 구석에 쳐박아 둔 딸래미가 중학교때의 입었던 자주색 나이론 체육복 한벌과 남편 헌 체육복 헌 신발과 모자.. 그리고 찬물 한병 음료수를 챙겨 가방에 넣고 나와서 딸래미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내려주고 남편과 나는 시장을 향해 갔다 . 장날이 아니라 많은 모종은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우선 고추와,가지, 오이. 토마토,참외. 피망 등 대충 15,000 원치의 모종을 사고 떡집에 들려 남편이 좋아하는 호박 설기떡과 콩 백설기떡을 한덩어리씩 사서 가방속에 넣고 주말 농장으로 향했다 . 올 봄엔 내 몸이 자주 아파 나와서 거들지도 못했는데 남편 혼자 퇴근후에 들려 조금씩 준비 하더니 어느새 50 여평의 밭에 밭고랑 만들어 비닐 씌우고 깨끗이 정리를 해놓았다 . 얼마전에 뿌린 상추와 쑥갓 치커리는 아주 이쁘게 고개를 내밀어 잘 자라고 있었다 우리는 가방속에 넣어 가지고 간 작업복을 둘이서 갈아입으니 완전 시골 농부와 농부의 촌아낙 모습이었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구름에 가려진 해 땀도 많이 안나고 모종을 심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물을 떠다 구멍을 파고 주어 가며 고추 40포기 정도와 강낭콩, 오이, 토마토,가지..등 이것 저것을 심고 나니 아직 심을 자리도 많고 날씨가 좋아 아예 더 사다가 심자고 하고 다시 시장으로 향했다 . 그런데 이제는 절대 모종은 한곳에서 사다 심지 않는다. 같은 종류라도 조금씩 종자가 틀린것 같다 이집 저집에서 사다 심어야 나중에 수확할때 후회를 하지 않는것도 몇년간의 경험이다 . 시장안에 들어서니 싱싱한 모종들이 눈에 띄길래 그 곳앞에 차를 세우고 이것 저것 모종들을 골랐다 고추 다시 50포기 토마토 6포기 .. 가지.호박 ..오이.고구마순 등등 .. 헌 츄리닝에 모자를 쓰고 여기저기 흙이 묻고 .. 우리 두사람 꼴은 말이 아니었다 . 모종을 사는 가게에 잠시후 양복을 깨끗하게 입은 어느 노신사 한분이 모종을 본다고 들어오셨다 맵지 않은 고추와 찰 토마토등 .. 돈을 달라는 대로 줄테니 모종을 책임질수 있는 좋은 모종을 달라고 하셨다 . 주인 할아버지는 많이 맵지 않다고 책임진다고 했고 노신사는 몇번을 묻고 다짐을 받고 .... 사실 우리도 모종 살때마다 하는 소리다 . 어짜피 비료 농약 안주고 무공해로 심어 먹는 야채이기 때문에 좋은것을 찾는다 . 다시 모종 20,000 원 어치를 사고 차 트렁크에 싣는데 노신사 양반이 우리앞으로 오시더니 남편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셨다 예천이 고향이시라는 노신사분 남편의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낯익었는지 ... 길거리에 서서 남편과 그분은 남편의 고향과 대학때 교수와 학장이름.. 선후배이야기 직장이야기 ..등등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을 주고 받았다. 50대 후반으로 보일 만큼 젊고 멋진 분이었는데 60대 후반이라고 해서 남편도 나도 깜짝 놀랐다 나이가 들어도 멋있게 늙고 젊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 우체국장으로 정년 퇴임 하신후 공기좋은 외곽의 아파트에 사시면서 지금은 집근처 300 여평의 땅에 이것 저것 무공해로 야채를 심고 가꾸며 지내 신다고 하시며 작업복에 모자를 쓰고 여기저기 흙투성이 남편을 첨 보고서도 무척 멋있는 사람이라며 좋아하셨다 주머니속에서 수첩을 꺼내 남편의 이름과 근무지를 적더니 언제 한번 찾아보고 주말 농장도 구경하시겠다는 말씀을 끝으로 그 분과 헤여져 다시 주말 농장에 와서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한포기 한포기 심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죽 한그릇 먹고 간식으로 떡이랑 음료한잔 먹고 배가 고파 시간을 보니 3시가 넘었다 시장에서 사가지고간 모종 겨우 다 심고 마무리 하니 구름 가득한 하늘에선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충 흙 묻은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오는길에 직접 손으로 만든 면과 식용유로만 볶는 야채라 담백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손짜장집에 들어가 쟁반짜장을 시켰다 소문대로 얼마나 맛있는지 정신없이 먹었다 ... . 휴일이라 그런가 외식 하러온 가족들도 많았다 부른배로 집에 오니 피곤히 한꺼번에 밀려왔다 6월이면 주말 농장이 풍성하겠지 그때는 또 친구들을 불러 무공해 야채 가득 담아줄수 있겠지 그래도 아직 고구마 심을 일이 남았다 . 한 400포기쯤은 심어야 하는데 .. 해마다 5월 5일 장날 속노란 단 고구마 모종을 골라서 사다 남편과 심었는데 .. 내일은 또 내가 대학병원에 3차로 잇몸수술을 하러 가는날이라 수술후 무리한 일은 힘들것 같다 그래도 11일날 또 4차 수술이 남았다 견디기가 너무 힘들고 눈물도 난다 ..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몸무게가 2키로나 줄었다. 걱정해 주는 친구들에게 그래도 내가 줄 수 있는것 작은 것들이지만 생각하면 마음 뿌듯하고 행복인것 같다. 2004.5.3 고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