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산문,Photo

♣비오는 날에 ....

by 운솔 2006. 10. 25.


 
 
비오는 날에 -
 
 
물방울 하나의 파문에도 흔들리는
아맘 때는 왜
비를 맞으면 마음부터 먼저 젖는 걸까

안으로 쌓인 슬픔의 꽃잎이
가벼운 바람에도 우수수 흩어진다

우리는 서로 누구였기에
만나면서 헤어지고
오래 잊으면서 무관심해도
비를 맞으면 왜 빗믈은 더욱 선명해 보이는 걸까.

하나같이 약한 눈물
혼자 있기 두려운 날이면
바람소리 마져 더 크게 들리고
오히려 웃으려 해도 쓸쓸해지는 하늘 빛

떨어진 꽃잎들의 서러운 꿈이
비에 밟히는 그림자
멀리 띄워 보내고도 못다한 편지의 사연같이
눈앞을 막아서는 가난한 낱말들

비는 그렇게
모든걸 눈물로 바꾸는 걸까
고요 속 눈을 감고
무심해지기를

누구라도
안타까운 이름마져 지울 수 있는 마음
빗물로 다 씻어 주기를.


- 강윤수 시집 '외줄타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