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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일상

★찬겨울 바람처럼 떠난 사람 ...

by 운솔 2006. 1. 14.

지난 주말 우리는 남편의 친한 친구(고교동창 7팀) 
친목회 모임이 대구에서 있어서 
대구에 갔다가 시댁 포항에 들려 오기로 하고 
아침부터 이것 저것 챙기고 준비를 했다.
부부모임 중에는 내 친한 친구와 남편의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들 부부가 우리부부를 소개해 줘서 만나 결혼하게 되었으니 
우리의 중매쟁이인 셈이다.
그래서 친구지만 28년을 가족처럼 형제처럼 서로 각별하게 지내왔었다.
아침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자마다 막 울먹이면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것이다.
남편이 전날 갑자기 아파서 병원으로 실려 왔는데 
의식이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는 것이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낙벼락 같은 소리냐고 하면서 
우리는 서둘러 대구로 내려와 동산병원 중환자실로 갔더니 
친구의 남편은 산소 호흡기를 쓰고 의식불명인채 누워 있었다.
모임을 하기로 예정된 날이라 서울과 울산 안양등  
여러곳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다 내려와 병원으로 달려왔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친구의 모습을 다들 들어가 보고 나오니
오후 3시쯤이었다.
그래도 곧 깨어나겠지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병원 복도에서 모두들 기도하며 기다렸는데 친구 남편은 4시 30분에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너무도 황당하고 믿을수 없는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 버렸다. 

(친구부부 뒷모습 지난 여름 운보 미술관에서)
평소에 술은 좋아했지만 자신의 건강 관리를 잘 하던 사람이고 매일 아침 반신욕과 운동을 해서 다른 친구들과 달리 배도 하나 안나왔었고 건강하던 사람이었다. 남편은 그 사람과 고교 동창이지만 난 그 사람을 친구 애인으로 총각때부터 알았고 군에 있을때는 친구랑 면회도 함께 갔었고 함께 부산 바다도 가고 그래서 내게는 가장 만만하고 편안한 남편의 친구였다. 그래서 가끔씩은 친구 와이프 이면서 와이프 친구인 내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건강을 걱정해 주던 자상하고 따뜻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병원에 온지 하루만에 숨졌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고 너무 큰 충격이었다. 숨지기 이틀전쯤 갑자기 감기 몸살 같다며 아프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네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감기약만 먹고 방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회사 결근 한번 한적이 없는 친구 남편은 다음날 도저히 출근을 못하겠다고 누워 있는걸 보고 내 친구는 그냥 직장을 나갔다가 오후에 일찍 집에 와서 남편을 데리고 큰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바로 혈액 검사를 해보더니 너무 늦었다고 하더란다. 이미 급성 신부전증과 급성간염, 급성 간 패혈증으로 간이 다 녹아 버렸다면서 큰 종합 병원에서도 이런 경우는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우라면서 급성으로 병이 오면 몇 시간만에 합병증으로 손을 쓸수가 없다고 한다. 독한 감기약을 먹고 간이 다 녹아 내리는 고통을 당하며 혼자 방안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일찍 큰 병원으로 갔더라면 혹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 미련하고 바보같은 사람 ...

(단양 한화콘도 모임에서 함께 바라보던 노을) 53 이란 아직은 한창 나이 장남이라 부모님도 생존해계시는 상태고 군에서 제대한 아들과 대학을 졸업한 딸 이 있다 .. 한때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후 벌어 놓은돈 다 날리고 몇 년 전부터 회사에 취직하고 내 친구도 직장에 다니며 같이 맞벌이 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밤새 안녕 이라더니 ... 정말 하루만에 다시 돌아올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것을 보며 한치 앞도 볼수 없는게 바로 인생이구나 하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아픈 몸으로 병원 다니다 대구에 내려갔는데 갑작스런 충격으로 편투통이 오더니 머리가 깨질듯 아팠다. 남편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오열하는 친구를 보면서 나도 같이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지 퉁퉁 부운 두눈과 잠을 제대로 못자서 푸석한 얼굴 아픈 머리 두통약을 계속 먹어 가면서 3일 동안 남편과 함께 영안실에서 지냈다. 차거운 한겨울에 바람처럼 떠난친구 마지막 가는길 옆에서 끝까지 따뜻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외에 친구가 장례식이 끝날때까지 3일을 지키고 있는 것도 사실 쉬운일은 아니었다. 누구나 주변에 친구는 많지만 진정한 친구를 갖는것도 진정한 친구 노릇을 하는것도 어려운것 같다. 난 친구를 쉽게 사귀지는 잘 못해도 한번 마음을 주고 친해지면 쉽게 먼저 돌아서거나 변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다. 사흘째 아침 시신을 화장 하기로 한 장묘사업소(화장터로)갔다. 화장터 여기저기서는 죽은자의 슬픔의 애도하며 통곡하는 가족들의 울음소리는 차거운 겨울 하늘에 깊은 슬픔으로 울렸다. 마지막 가는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던 친구딸이 끝내 실신을 하고 쓰러져 깨어나지 못해 119 에 실려가는 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한 시간 반만에 한줌의 재가 되어 나오는걸 보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살면서 아웅다웅 거리고 이기와 시기심으로 욕심을 부리는걸까...생각이 들었다 .

 

(지난해 제천 배론성지에서.친구와...) 친구가 기운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게 꿋꿋하게 남편의 빈자리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 채울수 있기를 빌며 .... 마지막으로 떠난분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좋은곳으로 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장례식 끝나고 다시 어른들만 계시는 포항 시댁에 들려 아픈 팔로 대 청소랑 집안일을 좀 하고 왔더니 너무 힘들고 피곤해 지금 입안이 다 부르트고 몸살나 죽을 지경이네요 ㅋㅋㅋ 에구 ....님들도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저와 함께 아름다운 인연 엮어가길 바랍니다 2006.1.14 고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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