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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일상

★당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by 운솔 2004. 6. 15.

 

며칠전일이다 집 가까이에 있는 축협(농협)에 오후 마감 시간이 다 되어 갈때쯤 급하게 돈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아파트 앞 큰길옆에서 채소들을 조금씩 놓고 파는 할머니 앞에 낯익은 듯한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 난 어디서 봤더라 ..하고 생각하다 순간 ...아 !..스포츠츠 땐스 ... 안녕하세요 사모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 스포츠댄스 같이 배우던 ..... 참 아저씨 다치셨다더니 이제 좀 어떠세요? 바쁜 걸음이라 대충 안부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려는데 그분이 나에게 "저 ..어느 아파트 산다고 했지요?" 하고 물으시길래 "저요 조 아래 *** 아파트인데요" "아 ..그래요 ? "우리도 며칠전에 그 아파트로 이사왔어요" 하신다. 난 몇동 몇호인가를 확인한후 나중에 놀러 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바쁜 걸음으로 얼른 축협으로 향했다 지난해 시에서 하는 문화센타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저녁에 배우는 부부 스포츠땐스가 있었다 난 보기에 날씬한 몸매와는 달리 유난히 몸치에 음치에 둔치라 노래와 춤.운동은 영 재주도 소질도 없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이 배우고 싶다고 신청을 해 버렸고 나 억지로 따라가서 파트너가 되어야 했고 스포츠땐스인지 차차차인지를 동작이 느린 난 강사님의 유연하고 빠른 발 동작 몸동작을 따라 하느라 진땀이 나고 혼이 났었다. 같이 등록한 부부들이 모두 40대중반부터 50대 후반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두가 어설픈 몸짓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땐스화를 신고 해야 한다기에 없는 돈에 비싼 땐스화도 둘이 하나씩 사신었다. 축협에 가는길에 만났던분도 바로 스포츠 땐스를 배우는 문화 센타에서 만났던 분이다 . 그분 아저씨의 연세가 60 세라고 한것 같은데 키도 크고 잘 생긴 아주 멋진 분이셨다. 오랫동안 시청 공무원을 하셨고 마지막엔 면장님을 하시다가 정년퇴직을 하신후 부부가 함께 취미로 여가를 즐기며 연금으로 생활을 하시는것 같았다 저녁이면 부부가 함께 정답게 손을 잡고 문화센타로 걸어 오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는걸 보면 참 부럽기도 하고 좋아 보였다. 땐스도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 하셔서 항상 순서도 잘 기억하시고 잘하셨다 . 강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가끔식 파트너를 바꾸어서 연습을 하곤 했는데 나도 여러번 그분과 파트너가 되어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번도 빠진적이 없는 그분께서 나오시지 않으셨다. 알고보니 집에서 부인을 도와 주신다고 베란다 유리창 청소를 하시다가 잘못하여 순간 아파트 2층인가 3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셨다는데 그만 머리와 다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서울의 어느병원 중환자실에 누워계신다고 했다. 젊을땐 정신없이 일하고 엄무상 술마시고 늦게오고 부인과 가정에 소홀했는데 정년 퇴직후엔 부인과 둘이 즐거운 노후를 보내시겠다고 함께 스포츠 땐스도 배우고 배드맨턴도 치시고 그랬었는데 .. 그뒤 우리도 6개월 정도 배우다가 도저히 댄스는 소질도 없고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 두어버렸다. 지금은 차차차도 자이브도 룸바도 순서나 동작이 전혀 기억나지도 않고 다 잊어버렸다 . 그렇게 몇달이 지난뒤 잊고 있던 그분 .사모님을 보고서야 조심스럽게 궁금했던 아저씨의 소식를 물으니 많이 나아졌어요 하셨다. 적어 놓은 동과 호수를 보고 남편에게 한번 찾아가 뵙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했다 , 그런데 엊그제 남편이 집근처에서 그분과 사모님을 만났는데 아저씨가 지팡이를 집고 한걸음 한걸음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걷고 계시더라고 했다. 반가움에 인사를 하니 그분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무척 거북스러워 하면 부인에게 빨리 가자고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 했다. 그분들이 몇 개월동안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시며 취미로 함께 배우시던 스포츠땐스가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 사고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 자신의 건강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며 .. 지금 이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여기며 모든분들의 건강과 행복을빕니다. 2004.6.15 고은솔 .